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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모퉁이화실..

한나무2 2011. 7. 13. 00:00

 

 

 

 

 

낮은 산모퉁이를 돌아서..

인적드문 산길을 조금더 올라가다 보면..

나무로 지은 그림같은 집이 하나 있었다..

 

담장도 없고, 마당이 넓은 그곳에는..

언제부턴가 빈 화폭이 널려있었는데..

사람은 없이 그냥 그렇게 놓여있었다..

 

더러는 마당가에 뒹굴기도 하고..

더러는 근처 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했는데..

가끔 산짐승의 발자국이나..

새발자국이 찍혀 있을 뿐..

아무리 봐도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후로 몇 번을 더 찾아갔지만..

결국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여전히 내버려진 화폭만 살피다가 돌아왔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우연히 근처에 들렀다가..

예전 생각이나서 산길을 올랐다..

처음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화폭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동안 불어온 바람과 비의 얼룩이..

마치 선율처럼 녹아 있기도 했고..

마당가에 뒹굴던 화폭에는..

날아든 꽃씨가 뿌리를 내려 싹이 돋아있었다..

모든 화폭은 자연을 담고 있었고..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처음부터 빈화폭을 늘여놓은

화가의 의도를 짐작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자연을 그리다가..

끝내는 자연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도록 ..

긴 시간을 기다려온 것이리라..

 

모퉁이를 걸어나오다 돌아보니..

화실풍경이 한폭의 그림이 되어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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