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바다에
홀로 서는 건
섬이 아니야.
외로 지나가는 짐배도
수평선 긋고
넘어가는 구름도 아니야
어둠이 모래 속에서
기어나와
안개 덮히는 바다를
삼키려 할 때.
세상을 깨우는 건
비명처럼 스쳐가는
등대불이 아니야.
조개 빈 껍데기에
고이고 고인
소리가 마르지 않도록
미역 바람이 불어도
정작하고 싶은 얘기는
나오지 않아.
소리치고 싶도록
미치도록 그리운 바다에서도
여전히 빈 가슴 움켜 쥐고
돌아가야 할
우리.
바다의 침묵에
비친 얼굴들
그건 결코 낯선 얼굴이 아니야.